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가 맞붙은 지난 11일 인천 경기는 심판 판정 하나에 말 그대로 승패가 갈릴 뻔했다.

양 팀이 6-6으로 맞선 상황에서 맞이한 9회말, SSG는 2사 후 기예르모 에레디아 타석에서 나온 실책과 박성한의 고의 볼넷으로 1, 2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선 이지영은 2스트라이크에 몰린 가운데서도 좌익수 앞 안타를 쳤고, 발 빠른 에레디아는 과감하게 홈까지 달렸다.

홈을 지키던 포수를 피해 몸을 비틀며 손을 뻗은 에레디아는 끝내기 득점을 확신하며 기뻐했지만, 주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문제는 SSG 벤치에 비디오 판독 기회가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규정에 따르면 비디오 판독 기회는 구단당 2회씩 주고,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이 2회 모두 번복될 경우에만 해당 구단에 1회의 추가 기회를 준다.

SSG는 2회초 3루수 최정이 안타를 치고 3루에 도착해 세리머니 하던 김도영을 잡을 때 비디오 판독을 한 번 썼고, 9회초 무사 1루 나성범 타석에서 2루 주자 태그 관련 판독을 신청해 나머지 한 번을 소모했다.

9회초 판독은 세이프 판정 원심이 유지돼 SSG는 이날 경기 정규 이닝에 신청할 모든 기회를 썼다.

쟁점은 주심 재량으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었을지 여부다.


홈에서 충돌한 에레디아와 한준수

이후 방송사 느린 화면으로 다시 확인한 결과, 에레디아의 손끝은 포수 태그가 이뤄지기 전에 먼저 홈플레이트를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다면, SSG의 끝내기 승리가 인정됐을 상황이다.

주심이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에레디아의 손끝이 살짝 스쳤기에, 느린 화면으로 봐야 정확한 판정이 가능했다.

사실 주심에게는 홈플레이트 판정을 다시 보는 비디오 판독 권한이 없다.

규정에 따르면 '홈런 타구 판독, 수비 시프트 제한 위반에 대한 비디오 판독'만 심판이 신청할 수 있다.

KBO 사무국 관계자는 "해당 사항에서 판정을 바로잡을 방법은 4심 합의 판정뿐인데, 홈플레이트를 지키고 있던 주심이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어서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심이 찰나의 순간 홈플레이트를 스친 에레디아의 손끝을 놓치긴 했어도, 이를 바로잡을 방법은 없었던 셈이다.

결국 SSG가 10회말 박지환의 끝내기 안타로 7-6 승리를 따내면서, 주심도 큰 논란을 피한 채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