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는 한 팀이 정규시즌에 162개의 경기를 치른다. 한국 프로야구(KBO)가 월요일에 쉬는 것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정해진 휴일이 없어 10개가 넘는 경기를 연속으로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에 “선수들의 회복 기간을 위해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A 에인절스의 3루수 앤서니 렌던(34)은 지난 1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185일동안 162개의 경기라니, 우린 시즌을 단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렌던의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도마 위에 오르며 야구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렌던은 2020시즌을 앞두고 7년 2억 4500만 달러(한화 약 3371억 4450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 3년간 부상을 이유로 시즌당 58경기 이상 출전한 적이 없다.

랜던의 ‘불성실함’이 비판받은 것과 별개로 메이저리거들 사이에서는 경기 수가 너무 많다는 데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전 메이저리거 트레버 메이는 “한 시즌당 경기의 양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비판은 과거에도 있었다. 뉴욕 양키스 내야수 앤서니 리조는 지난 2018년 미국 ‘ESP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야구를 너무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앤서니 렌던. AP연합뉴스


디애슬레틱이 지난봄 98명의 현역 메이저리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1.6%가 “시즌이 너무 길다”는 랜던의 발언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의 한 선수는 “시즌당 120~125경기 정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경기 수는 우리를 다치게 한다”라면서도 “그러나 경기 수를 줄이면 기록에 지장이 생길 것이고, 세상은 기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68.3%는 랜던의 발언에 반대 표시를 했다. 그들은 “우리는 충분한 급여를 받는다”, “야구는 축구와 다르므로 시즌이 길어도 상관없다”, “긴 시즌을 소화하는 건 위대한 선수의 자질”이라고 주장했다.

메이저리그는 1900년 초부터 시즌당 154경기로 운영되다가 1961년부터 162경기로 늘어났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총재는 2015년 ESPN과의 인터뷰에서 “시즌 길이는 논의해볼 수 있다. 154경기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즌 단축이 어려운 이유는 매출과 연봉 등 한 경기에 걸린 ‘돈’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경기 수만큼 구단의 수익이 줄고, 이는 선수들의 급여와도 직결된다.

한국 프로야구는 2015년부터 시즌당 144경기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팀 감독들도 경기 수가 너무 많다는 우려를 여러 차례 표한 바 있다.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은 2020년 “시즌 144경기는 항상 많다고 생각한다. 144경기를 하면 체력이나 선수층이 팬들 눈높이에 못 미친다”라고 말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해 “경기를 많이 하는 것보다 경기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