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몸값 비싸지자 실력 좋고 싼 아시아 선수들 물색

선수 몸값 비싸지자 실력 좋고 싼 아시아 선수들 물색

최고관리자 0 267,805 05.30 12:33
최근 프로야구 SSG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활약하던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를 영입했다. 기존 외국인 투수 엘리아스 부상 공백을 단기간 메울 대체 선수로 뽑았는데 급여는 6주에 180만엔(약 1600만원)이다. 1년으로 따지면 1억3500만원 수준이다. 그는 구단별 3명으로 제한된 외국인 선수 쿼터(quota)에 해당하지만 이를 계기로 아시아 쿼터를 프로야구에도 추가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쿼터 몫을 1명 두고 전체 외국인 선수 정원을 4명으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프로야구 팀 단장들은 최근 열린 워크숍에서 이런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구단 관계자는 “여전히 반대하는 구단도 있지만, 과거보다 아시아 쿼터 도입에 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당장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단계는 아니다”라는 자세다. 하지만 야구 팬들 사이에선 “프로야구도 아시아 쿼터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정인성

야구만 없는 아시아 쿼터

이런 상황은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중 아시아 쿼터가 없는 건 야구뿐이라는 데 바탕을 두고 있다. 축구는 2009년, 농구는 2020년, 배구는 2023년부터 기존 외국인 선수 외에 아시아권 선수 몫을 추가했다.

그러자 실력은 우수하면서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남아 선수가 대거 영입돼 전체 종목 운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 시즌 남자 프로농구 MVP 이선 알바노(원주DB·필리핀)는 43경기 평균 15.4점에 6.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연봉은 12만8400달러(약 1억7500만원). 52경기 15.9점 3.7어시스트를 기록한 허웅(부산 KCC) 연봉 5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가성비’ 면에서 압도적이다. 여자 배구에선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왓티 퍼티위(정관장)가 코트를 종횡무진했다. 팀이 7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는데 연봉은 10만달러(약 1억3600만원)에 불과했다. 퍼티위와 비교하면 성적이 처지는 국내 선수들 연봉이 4억원을 쉽게 넘는 실정을 고려하면 구단 처지에선 투자 대비 수익성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역시 비슷한 형편이다. 프로야구 국내 선수들 평균 연봉은 1억5495만원. 구단별 상위 선수 3명은 평균 10억4200만원을 받고 있다. 그에 비해 일본 독립리그나 대만·중국 등에는 실력은 수준급이지만 연봉이 적은 선수가 즐비하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실업 야구 선수들로 이뤄진 일본 대표팀은 한국 대표팀과 비등한 대결(한국 2대0 승)을 펼쳤다. 중국이나 대만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한국은 대만(프로 선수)에 예선에서 지고(0대4), 결승에서 겨우 이겼다(2대0). 대만 프로야구 선수들 평균 연봉은 약 8400만원(2018년 기준), 최고 선수들도 5억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야구계 인사 B씨는 “외국인 선수 상한이 없고 자금력이 풍부한 일본 프로야구(NPB) 공세에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아시아 쿼터가 열리면 가성비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구단 경영과 선수 운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NPB는 한국과 달리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이 없다. 대신 1군엔 4명만 등록할 수 있다. 그래서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를 많게는 12명(후쿠오카)까지 두고 시즌 전체를 봐가며 활용하고 있다.

C 구단 관계자는 “2015년 10구단 체제 이후 경기 수는 대폭 늘어났는데 선수 수급이 여의치 않다”면서 “경기 수준은 하락하고 전력 보강은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독립리그나 대만에 좋은 선수가 많다. 이런 선수들을 데려오면 리그 수준 향상과 인기 상승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교류 활성화로 리그 발전 기여

반대 논리도 있다. 아시아 쿼터 선수보다 국내 선수를 육성하는데 힘을 기울어야 한다는 목소리. 아시아 쿼터를 도입하면 그만큼 국내 선수들은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 정원이 아시아 쿼터로 늘면 같은 포지션 국내 유망주들이 기회를 잃는다. 불펜 투수 등 경쟁이 덜한 자리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각 구단은 “구단들이 국내 고교, 대학, 독립리그까지 다 관찰하고 좋은 선수를 찾으려 하지만 프로에 어울리는 기량을 가진 선수는 일본·미국 등과 비교하면 너무 적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일본 독립리그나 대만 등에서 아시아 쿼터 선수가 들어오면 그 나라 중계권 추가 수익 등도 기대할 수 있다. 2019년 출범한 중국 프로야구 성장도 KBO리그에 기회가 될 수 있다. D 구단 관계자는 “중국 프로야구는 아직 준(準)프로 수준이지만 인기와 성장세가 가파르다”면서 “한국과 중국 간 프로야구 선수 교류가 활성화하면 수억 명이 보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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