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나달, 프랑스오픈 1라운드 탈락…“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흙신’ 나달, 프랑스오픈 1라운드 탈락…“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최고관리자 0 332,937 05.29 12:07
“2년 동안 내 몸은 정글과 같았다.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몰랐다. 어느 날 일어나 보니 뱀이 나를 물고 있었다. 또 다른 날은 호랑이가 나를 물고 있었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은 큰 싸움이었으나 지난 몇 주 동안의 역학 관계는 긍정적이었다.”

27일(현지시각) 어쩌면 생애 마지막일 프랑스오픈 경기에서 3시간5분의 분투 끝에 0-3(3(3:6/6:7〈5-7〉/3:6)으로 패한 뒤 ‘클레이코트의 황제’가 한 말이다. 37살의 베테랑 선수는 처절하게 싸웠으나 10살 아래의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의 벽은 견고했다. 라파엘 나달(세계 275위·스페인)은 경기 뒤 코트 인터뷰에서 “솔직히 여러분 앞에 서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100% 확실하지는 않지만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정말 즐거웠다. 준비 기간 내내, 그리고 오늘의 관중은 정말 대단했다. 오늘 느낀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장소에서 내가 느꼈던 방식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느낀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일이다”라고 했다.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1라운드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에게 서브를 하고 있다. 파리/UPI 연합뉴스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1라운드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에게 서브를 하고 있다. 파리/UPI 연합뉴스
나달은 22번의 메이저 대회 왕좌 중 무려 14번을 흙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 차지했다. 그에게 ‘클레이(흙)코트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다.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롤랑가로스 코트 앞에는 그의 동상까지 있다. 2005년 19살의 나이에 대회에 처음 참가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던 그의 프랑스오픈 통산 승률은 이날 경기 포함 96.6%(112승4패)에 이른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황제’의 몸 또한 예전 같지 않았다. 나달은 최근 2년간 엉덩이, 복근, 다리 부상 등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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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은 미디어룸 인터뷰에서 “부상과 관련해 2년 동안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 모든 과정을 롤랑가로스로 돌아오겠다는 꿈을 가지고 견뎠다”면서 “1라운드가 생각 같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나는 경쟁력이 있었고 (이길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나 샤샤(즈베레프) 같은 위대한 선수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밝혔다. 서브 최고 속도만 놓고 보면, 24㎞ 차이(나달 199㎞·즈베레프 223㎞)가 났다. 나달이 프랑스오픈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아내 마리아 프란치스카 페렐로와 그의 아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아내 마리아 프란치스카 페렐로와 그의 아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오픈과는 작별했으나 나달은 두 달 뒤 같은 코트로 돌아올 것을 시사했다. 2024 파리올림픽 테니스 종목도 롤랑가로스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나달은 2008 베이징올림픽 단식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나달은 “파리올림픽 때 이 코트에 다시 서고 싶다. 이것은 나에게 동기를 부여한다”면서 “그것은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고 나는 정말 잘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나달은 세계 순위가 낮아 올림픽 자력 출전이 불가능하지만 초청 선수로는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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